생각

#1 목표

lickelon 2022. 12. 22. 06:17

하나의 목표(또는 도달점, 도전과제)를 완수하고 나면, 더 이상 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가 찾아온다.

 

최근 즐기던 포켓몬 게임에서 도감을 완성했다. 실전배틀, 레이드를 위한 포켓몬을 육성해야 하지만 손이 가지 않는다. 오래전 봤던 소설을 외전이 나온 김에 다시 정주행 했다. 근데 왜 완결이 올해 5월 6일이지? 생각보다 오래 전은 아니지만 아무튼 꽤 많은 분량의 글을 며칠에 걸쳐 읽고 나니 새로운 글을 읽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과제가 하나 남긴 했지만 오늘 드디어 모든 시험이 끝났고, 3년 간의 학교 생활이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꽤 바쁜 일정을 지냈고, 그러고 나니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러한 현상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모르겠다. 여러 용어를 검색해봤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명확한 용어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줄여서 표현해 보자면 "도달 뒤 방황감"이 적절하지 않을까?

 

내가 이러한 현상을 처음 인지한 건 중3 때였다. 과고를 목표로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내신을 챙기는데 정말 열정적이었고 당시에 내가 알던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었다. 그 친구가 목표로 했던 고등학교에 합격하고 나서 했던 말이 "이제 뭐 하지?"였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금세 새로운 목표 혹은 관심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순간은 게임에서 도전과제를 달성했을 때 모든 것이 멈추고 효과음이 나오는 짧은 순간, 그 순간일지도 모른다. 도전과제의 어려운 정도에 따라 그 순간이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지만 도달에 대한 보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도달 뒤 방황감"을 나에게 주어진 보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목표를 찾을 때까지 그 여백을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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